한국소비자원, 건전지형 일산화탄소경보기 기준 없어...국내 일산화탄소 경보 농도 기준 강화 필요

시중 유통 중인 일산화탄소 경보기 10개 중 약 3.6개 제품의 성능이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사진: 한국소비자원이 진행한 일산화탄소경보기 안전성시험 종합결과표/ 한국소비자원)
시중 유통 중인 일산화탄소 경보기 10개 중 약 3.6개 제품의 성능이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사진: 한국소비자원이 진행한 일산화탄소경보기 안전성시험 종합결과표/ 한국소비자원)

[컨슈머와이드-복요한 기자] 시중 유통 중인 일산화탄소 경보기 10개 중 약 3.6개 제품의 성능이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산화탄소 감지 및 경보 음량이 성능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 이는 한국소비자원이 시중에 유통·판매 중인 일산화탄소경보기 14개 제품을 대상으로 한 성능 시험 결과다.

16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조사대상 14개 중 4(28.6%) 제품은 1(250ppm)·2(550ppm) 경보농도 등에서 미작동 또는 오작동했다. 2개 제품은 1(250ppm) 또는 2(550ppm) 경보농도에서 작동하지 않았으며, 2개 제품은 경보농도시험 전 항목에서 정상 작동하지 않거나 작동되면 안 되는 농도에서 작동했다.

조사대상 14개 중 3(21.4%) 제품은 경보 음량이 52dB~67dB 수준으로 국내 준용 기준(70dB이상)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조사대상 14개 중 13(92.9%) 제품이 유럽연합 경보농도시험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6개 제품은 1(50ppm) 또는 2(100ppm) 경보농도시험에서 작동하지 않았으며, 7개 제품은 경보농도시험에서 전부 작동하지 않거나, 기준보다 일찍 작동했다. 국내 경보농도시험 기준에 적합한 10개 제품 중 9(90.0%) 제품이 유럽연합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더 큰 문제는 시중 유통제품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건전지 전원형 제품에 대한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현재 일산화탄소경보기는 가스누설경보기의 형식승인 및 제품검사의 기술기준따라 `불완전연소가스용 경보기'로 분류되며, 공기 중 일산화탄소 농도가 250ppm(1차 경보 농도)에서 5분 이내, 550ppm(2경보 농도)에서는 1분 이내에 경보를 울려야 한다. 또한 오경보를 방지하기 위해 50ppm(부작동 농도)에서 5 이내에는 작동하지 않아야 하며, 경보 음량은 70dB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이 기준은 교류 전원형 일산화탄소경보기 즉 가정이나 사무실 등의 전기콘센트에 연결하여 사용하는 경보기에만 적용된다. 시중 유통 제품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건전지 전원형 제품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건전지 전원형 제품에 대한 기준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또한  국내 일산화탄소 경보 농도 기준 강화도 필요하다. 저농도의 일산화탄소도 장시간 흡입할 경우 혈액 내 일산화탄소헤모글로빈의 농도가 증가해 일산화탄소 중독(저산소증)을 유발할 수 있다. 이에 유럽연합과 미국은 일산화탄소경보기의 최저 경보농도 기준을 각각 50ppm, 70ppm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250ppm으로 저농도에 장시간 노출되어 발생되는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를 예방할 수 없는 실정이다. 실제로 유럽연합 일산화탄소경보기 성능기준에 따라 시험한 결과, 조사대상 14개 중 13(92.9%) 제품이 50ppm 또는 100ppm에서 작동하지 않거나 규정된 작동시간 이내에 경보를 울리지 않아 국내 경보농도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품 표시도 엉망이었다. 조사대상 14개 중 12(85.7%) 제품이 관련 정보를 표시하지 않아 제품 사용 중 A/S 및 제품 문의 등이 불가했다.

일산화탄소경보기 설치기준 마련도 시급한 상황이다. 현재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일산화탄소경보기는 소비자가 구매하여 직접 설치하는 제품으로 바닥·창문·환풍기 부근 등 부적절한 장소에 설치할 경우 경보가 울리지 않거나 지연될 우려가 있다. 그러나 조사대상 14개 중 설치위치 등을 안내하고 있는 제품은 3(21.4%), 제품사용설명서 등을 제공하고 있는 제품은 7(50.0%)에 불과해 안전한 사용을 위한 정보 제공이 미흡했다. 유럽연합에서는 일산화탄소경보기 설치 가이드라인을 제정하여 소비자에게 적절한 설치·사용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안전사고를 사전 예방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도 주택구조에 맞는 설치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한국소비자원은 지적했다.

한국소비자원은 이번 조사를 통해 국내 성능 기준에 미흡한 제품의 사업자에게 자발적 시정을 권고했고, 해당 사업자는 이를 수용하여 판매를 중지하고 교환·환불·수리하기로 했다.

한국소비자원은 소방청에 건전지형 일산화탄소경보기의 형식승인 등 기준 마련 일산화탄소경보기의 경보농도 기준 강화 일산화탄소경보기의 설치기준 마련 등을 요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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