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네이버영화)
(사진:네이버영화)

[컨슈머와이드-이정민]  조신한 레즈비언으로 출연한 모니카 벨루치의 망가진 모습이 인상적인 영화 ‘그녀는 날 싫어해’. 하버드 MBA 출신으로 제약회사 중역인 흑인 존 해리(앤서니 매키 분)는 백인 회장의 비리를 폭로했다가 내부고발자로 찍혀 해고당한다. 하루아침에 실업자 신세가 된 그에게 레즈비언이 된 전 여자친구 파티마(캐리 워싱턴)가 찾아온다. 성공한 비즈니스우먼인 파티마의 용건은 정자를 팔라는 것. 파티마와 그녀의 여자 친구는 둘 다 아기를 갖길 원하지만 정자은행이 미덥지 못해 몸과 머리가 수준급인 존에게 “수억 만개의 정자 중에 딱 두 마리만 달라”고 한다. 돈이 궁했던 존은 결국 제안을 받아들이고 입소문이 퍼지면서 성공한 레즈비언들이 줄줄이 존을 찾는다. 

바야흐로 교배 시즌이다. 우수한 경주마 종마들이 황제처럼 대접을 받는 시기다. 우수한 수컷의 정자에 대한 가치에 일찍이 눈을 뜬 것은 바로 종마의 세계다. 오늘날 가장 빠르게 달리는 자질을 보유한 더러브렛이라는 경주마 품종이 대표적이다. 더러브렛은 17세기 영국의 암컷 재래마와 당시 준마의 대명사로 불렸던 아랍의 수컷말을 교배하여 얻게된 탁월한 품종이다. 더러브렛(thoroughbred)이란 이름도 ‘철저히 개량된’ 이란 뜻이다. 인간의 철저한 교배 관리로 인하여 자연스럽게 탄생한 걸작인 것이다. 

철저한 교배 관리로 이루어지는 경마는 ‘혈통의 스포츠’라고 한다. 같은 더러브렛 품종이라도 MBA 출신인 존 해리처럼 자질이 검증된 말의 씨의 가치는 어마어마하다. 1961년 캐나다에서 태어난 노던댄서(Northern Dancer)라는 경주마가 대표격이다. 노던댄서는 18전 14승 2착 2회의 뛰어난 성적을 거둔 뒤 종마(씨말)로 활약했는데 그의 자마 635마리 중 511마리가 우승마 대열에 올랐고 특히 146마리는 대상경주에서 우승하는 탁월한 기량을 선보였다. 그에 따라 노던댄서의 교배료는 천정부지로 뛰었는데 1회 교배료가 무려 100만 달러까지 치솟았다. 실제로 종마의 정액 한 방울이 다이아몬드 1캐럿 이상의 가치를 지닌 것이다.   

혈통 좋은 정자는 사람이든 말이든 귀한 대접을 받는 시대다. 다만 정자은행을 통해 인공수정 방식으로 이용하는 사람과는 달리 경주마는 직접적인 교배를 통해 씨를 받아야만 한다. 경주마는 교배증명서가 있어야 하고 인공수정 방식은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컨슈머와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