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관련 없는 일, 정말로 내게 영향이 없을까

(사진:네이버)
제(齊)나라 환공 (사진:네이버)

[컨슈머와이드-이정민]  유치원 개학을 앞두고 정부와 한유총, 학부모 모두가 패닉상태다. 그렇다면 유치원생이 없는 가정은 아무 문제없이 평화로울까. 사회문제의 대부분은 인간관계 전면에 얽혀있다. 그래서 나와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 나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미친다. 남의 일이라고 방관하기보다는 함께 머리를 맞대는 지혜가 필요한 시기다.

춘추시대 제(齊)나라 환공의 부인 중에 채희(蔡姬)라는 여자가 있었다. 그녀는 채(蔡)나라에서 바친 미모의 공녀(貢女)였다. 채희가 성장한 곳은 물이 많은 곳이어서 그녀는 물놀이를 아주 좋아했다. 하루는 환공이 채희와 함께 물가로 뱃놀이를 나갔는데 물 만난 그녀는 환공을 놀려주려고 배를 흔들며 재미있어 했다.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가 어질어질 해진 환공은 화가 나 궁궐로 돌아온 뒤 채희를 채나라로 돌려보냈다. 그러자 채나라에서는 보란 듯이 그녀를 다른 사람에게 개가(改嫁)시켜 버렸다. 

  자존심이 상한 환공은 이것을 빌미로 채나라를 공격했다. 채나라 공략에 성공한 환공은 그 여세를 몰아 선봉부대를 이끌고 이번에는 이웃 초나라 국경과 인접한 소릉까지 진군했다. 이에 놀란 초나라 성왕은 사신을 보내 제나라 환공의 본심을 알아보려고 이렇게 물었다. 
“임금은 북해에 있고 과인은 남해에 있으니, 바람난 말이나 소(風馬牛)라 할지라도 서로에게 미치지 못합니다. 그런데 임금께서 이렇듯 내 땅으로 건너오시다니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일입니다. 대체 이게 무슨 까닭이란 말입니까?” 그러자, 환공을 대신하여 관중이 나서 대답했다. 
“초나라가 공물을 제때 바치지 않은 일과 주나라의 소왕이 한수이강에서 익사한 경위를 알아보려고 출동한 것일 뿐입니다.” 
공격할 마음이 없음을 알게 된 초나라 성왕은 재빨리 굴완을 특사로 보내 소릉에서 화평조약을 맺음으로써 겨우 충돌을 피할 수 있었다. 
                       
'발정 난 말과 소 라고 할 지라도 멀리 떨어져 있다면 서로에게 전혀 무관하다'는 말은 '둘 사이에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뜻의 비유다. 그런데 이 비유는 지금도 유효한가? 지구촌이 돼버린 오늘날 ‘나비효과‘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없다. 어느 한 곳에서 일어난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뉴욕에 태풍을 일으키는 시대. 물놀이를 좋아하는 채희라는 여자가 오늘날 태어났다면 아마도 지구촌 여러 곳이 얽혀 큰 영향을 끼쳤을지 모른다. 바야흐로 바람난 말과 소가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관계가 있는 시대다. 

 

㈜한국체험교육센터 대표이사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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