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말(馬)이야기.... '포정(庖丁)의 칼질과 배려의 미덕'
[칼럼] 말(馬)이야기.... '포정(庖丁)의 칼질과 배려의 미덕'
  • 이정민
  • 승인 2019.02.18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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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움이 강한 것을 이긴다'
(자료제공:이정민)
(자료제공:이정민)

[컨슈머와이드-이정민]  TV나 영화 수사물을 보면 형사들이 묵비권 행사하는 범인들을 협박하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반면 인질범을 설득하는 영화 ‘네고시에이터(The Negotiator, 1998)’를 보면 범인을 협박하기 보다는 어르고 달래면서 사건을 해결한다. 물론 주먹이 쉽다. 그러나 주먹은 감정이 앞서기 때문에 일을 해결하기 보다는 그르치기 쉽고 부작용도 크다. 노련한 형사나 프로파일러들은 용의자들을 윽박지르지 않는다. 차분히 분석하고 용의자의 심리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동물도 마찬가지다. 생명이 있는 동물은 모두 DNA가 다르다. 검역본부 발표에 의하면, 반려동물 보유 가구 수가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510만이 넘었다. 4명 중 1명은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한다는 말이다. 바야흐로 동물이 단순히 동물이아니라 우리가 배려하고 분석하고 관심을 가져야 할 대상이 된 것이다. 
 
'장자(莊子)'에 보면 백정 포정(庖丁)이 현란한 솜씨로 소를 잡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름하여 '포정해우(庖丁解牛, 솜씨가 뛰어난 포정이 소의 뼈와 살을 발라낸다는 뜻)'다. 포정의 소 잡는 기술은 신묘하여 아무나 따라 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니다. 물론 포정도 처음에는 소를 잡을 때 가죽 속의 결을 볼 수 없어 칼을 제대로 쓸 수 없었다. 하지만 3년이 지나자 소의 가죽과 살과 뼈 사이의 틈새와 결을 볼 수 있게 되었고 비로소 소의 뼈와 살을 제대로 발라 낼 수 있었다. 

포정은 19년 동안 수천 마리의 소를 잡았지만 그의 칼은 방금 숫돌에 간 것처럼 늘 살아있었다. 뼈를 다치거나 살을 거스르지 않고 결대로 칼을 썼기 때문이다. 반면에 어떤 소잡이는 달마다 칼을 바꾸었는데 이것은 무리해서 뼈를 쳤기 때문이다. 그나마 솜씨가 좀 나은 소잡이는 해마다 칼을 바꾸었는데 이는 살의 결을 거슬렀기 때문이었다. 

소 잡는 이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소를 잡는 이치'일 것이다. 즉 소 한 마리를 잡는 데에도 소가 타고난 천리(天理,자연의섭리)를 따르되 도리에 맞게 작업할 때 비로소 기술을 넘어 기예에 다다르게 된다는 뜻일 게다. 

살아있는 말과 함께 호흡하고 말 등에 올라타서 달리는 기수의 경우도 이와 같을 것이다.

말에 올라타는 기본기를 습득하고 고삐를 쥐어 달리는 기술을 연마하고 채찍쓰는 방법을 알아내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말의 천성과 말마다의 특성을 헤아리지 못한다면 기술이 출중하다 해도 뛰어난 기수로 성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오히려 과도한 기술이 부작용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말은 감정이 살아있는 생물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치를 터득한 기수는 고삐를 부드럽게 쥐고 채찍을 함부로 쓰지 않는다. 말을 타는 기수가 해야 할 일은 기수 자신이 아니라 말이 잘 달리도록 리듬감있게 호흡을 맞추고 조율하는 것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반면에 서투른 기수일수록 고삐를 세게 부여잡고 채찍을 휘두르며 달리기를 강요한다. 그러다보니 몸의 균형이 무너지고 리듬감이 깨져 오히려 달리기에 방해가 된다. 비단결 같은 고삐 잡이가 강한 채찍을 이기는 법이다.

이 같은 이치가 어디 기수의 세계 뿐이겠는가. 부드러움이 강한 것을 이긴다는 말은 여전히 진리다.

 

 

 ㈜한국체험교육센터 대표이사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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