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왕들도 즐겨 마신 '말똥차'

(사진제공:한국마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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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와이드-이정민]  설연휴 동안 섭취한 온갖 맛있는 음식으로 내 몸의 살은 늘어났고 '이제 다이어트를 시작해야지'하지만  다이어트에 돌입하기엔 아직 이르다. 우리에겐 마음껏 축하하고 맛있는 것을 먹으며 즐길 다양한 행사들- 졸업과 개학, 발렌타인데이, 정월대보름 등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제 코앞에 이른 봄, 옷이 얇아지기 전에 빨리 살 빼라고 홈쇼핑마다 너무나 많은 다이어트 상품 소개로 넘쳐난다.  한 가지 병에 비슷한 약이 많다는 것은 결국 그 병의 묘약이 없다는 것이라고 들었다. 쉽게 살을 빼 주는 다이어트 특효약은 없다는 것이다. 과용하다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다 하니 안타깝기만 하다.

무리하게 다이어트하는 방법말고 건강하게 살을 빼면서 몸매도 멋지게 가꿀 수 있는 방법 중  말을 가까이 하는 방법도 있다.  

<일성록>에 기록된 조선 정조의 하명 내용 중  ‘이 더운 여름에 사관(史官)의 노고를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에게 청심환 등속의 환약을 제조하여 지급하고 말똥(馬通)도 적당하게 때때로 나누어 먹이도록 약방에 분부하라.’ 는 말이 있다. 

말똥이라고 하면 더럽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매우 귀한 존재다. 어린 말이 겨울에 건초를( 건초에는 다량의 식이 섬유가 포함되어 있다) 먹고 눈 똥을 말린 것은 마통(馬通) 또는 마분(馬糞)이라하여 주로 약재와 차로 쓰였다. 동의보감에는 음력 섣달에 건조시킨 말똥을 끓여서 즙을 ‘마통차(馬通茶)’, 혹은 ‘마분차(馬糞茶)’라고 하며 이를 마시면  특히 여름철 더위를 막는데 좋고 위장병을 다스리는데도 좋다고 나와있다.  소화가 잘되니 변비에도 효험이 높고 체중감량에도 도움이 되는 것은 당연지사다. 

 말똥차는 관리와 서민들만 먹은 게 아니었다. <승정원일기>에 따르면 영조가 마분차를 마시는 것에 대해 처음에는 상당히 꺼리다가 몸이 좋아지는 것을 느끼면서 매일 마셨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영조는 조선왕조 역대 임금 중 재위기간이 가장 길었고, 82세로 장수했다. 말똥차가 영조 장수의 비결 중 하나였다. 

 한의학자들에 따르면 말똥차는 무엇보다 기름진 음식으로 장내에 머무는 숙변을 해소하는 효능이 있다고 한다. 현대의학으로 치자면 성인병과 피부미용에 좋다는 뜻이다. 말똥을 달인 수증기에 엉덩이를 쪼이면서 변비를 치료하기도 했다.

서양에서는 또 어떤가? 전래되는 바에 의하면, 영국에서는 불면증에 어린 말의 똥을 내복하면 효험이 있다하여 민간요법으로 사용되곤 했다. 뜨끈하게 데운 말의 똥을 뜨거운 재와 함께 버무려서 배꼽에 바르면 늑막염에 그만이라고도 한다. 프랑스에서도 말똥은 그 자체는 물론이고, 거기에서 나온 진액도 명약으로 취급된다. 특히 그 진액을 맥주와 함께 섞어서 마시면 복통에 그만이며, 고약처럼 만들어 바르면 출혈증상에 도움이 된다. 루이 13세 때의 재상인 리슐리에는 늙어 병이 들자 말똥을 섞은 술을 마셔 효험을 보았다고 한다. 말똥과 미지근한 맥주를 섞어 만든 말똥 술은 기운을 북돋아 주는 강장제로 인기가 있었다. 최상의 약제는 귀리만을 먹인 종마의 똥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18세기 윌리엄쿠퍼라는 시인은 말똥에 대한 우아한 시 한수를 지어냈다. 

「케이프버드 제도에서 온 말이 있었는데
 아주 특이한 똥을 쌌지.
 지극히 간단하게,
 옥수수와 콩을 먹고는 
 새들을 위한 더운 요리를 만들었다네.」

건강과 미용이 중시되는 요즘, 말똥차를 만들어 마시는 것은 어떨까? 말똥차라는 어감이 거북하면 대신 ‘마통차(馬通茶)’를 마시면 된다.  

 

㈜한국체험교육센터 대표이사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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