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말(馬)이야기... '말안장으로 만든 턱뼈'
[칼럼] 말(馬)이야기... '말안장으로 만든 턱뼈'
  • 이정민
  • 승인 2019.01.21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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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이야기로 비춰보는 오늘날 모습
조선시대 말안장 (사진:이정민 제공)
조선시대 말안장 (사진:이정민 제공)

[컨슈머와이드-이정민] 최근  부동산 투기 건으로 정치계가 시끄럽다. 투기인지 아닌지 조사하면 나올 일인데 모두들 갑론을박 중이다.  

누구나 심증(心證)은 있다. 그래도 끝까지 물증(物證)이 없다면 무죄다. 
하지만 무죄라해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진 못한다. 시시비비를 가리는 일보다 더 값진 일은 부도덕한 일에 연루되지 않는 것이다. 아무리 스스로 결백해도 한 번 부정한 일에 연루되면 한순간에 사지로 내 몰리는 것이 권력의 이면이다. 그러한 권력의 추악한 민낯은 이미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중국 산시성 호현마을에 사는 장사꾼이 비단 스무 필을 말에 싣고 시장에 갔다. 먼 길을 걸어 시장에 도착했는데, 무뢰배들이 나타나 그의 긴 턱과 합죽한 입이며 덜떨어진 모습을 보고 시비를 걸었다. 험악한 인상의 사내가 앞으로 나서더니 눈을 부라리며 소리쳤다. 
“이 고약한 놈아. 누구 맘대로 내 말안장을 훔쳐 네 아래턱을 만들었느냐. 당장 내 말안장을 내 놓지 못할까.” 
  턱뼈와 멱살을 거머쥔 불량배들이 앞뒤로 윽박지르는데, 이번엔 이마가 벗겨진 무뢰배가 나섰다. 
  “이런 도둑놈은 관청에 고발하여 뜨거운 맛을 보게 해주어야 한다. 어서 가자 이놈아.”
 대머리는 다짜고짜 소매를 잡아끌었다. 겁을 잔뜩 집어 먹은 장사꾼은 타고 간 말과 비단, 주머니에 지니고 있던 돈까지 몽땅 꺼내 말안장 값으로 물어 주었다. 

집에 돌아와 시장에서 겪은 일을 얘기하자 듣고 있던 아내가 버럭 삿대질을 하며 핀잔을 주었다. 
  “아이구, 이 얼빠진 양반아. 말안장으로 어떻게 턱을 만들 것이며, 관청으로 갔으면 공정한 판결을 받을 수 있었을 것 아니오. 대체 뭐가 무서워서 그 많은 돈과 비단을 다 털어주었단 말이오?” 
  그러자 장사꾼은 미간을 찌푸리고 두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그게 아니여. 이 멍청한 여편네야. 관청에 가면 그들의 주장이 맞는지 조사하려 들 게 아닌가. 그러면 틀림없이 날카로운 칼로 쪼아 내 아래턱을 빼낼 것인데, 그래 내 턱뼈 값이 겨우 그까짓 돈과 비단 몇 필에 비한단 말인가?”      

이 우화는 주걱턱과 말안장의 비슷한 생김새를 빌어 풍자한 블랙코미디다. 공평무사(公平無私,모든 일을 바르게 처리하여 사사로운 이득을 없도록 함)하지 않고 이래저래 사람을 들볶는 관청에 대해 풍자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 날이라고 해도 크게 다를 바 없다. 유전무죄의 권력형 코미디가 법원의 판결에까지 파고들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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