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말 이야기 '당나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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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도의 ‘과로도기도(보물 제1972호)’(사진제공:이정민)

[컨슈머와이드-이정민]  김홍도의 ‘과로도기도(보물 제1972호)’는 당나라 때의 신선이 흰색 당나귀를 거꾸로 타고 가는 그림이다. 백석의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는 신비롭고 몽환적이기까지 하다. 성서에도 고귀한 메시아인 예수는 당나귀를 타고 등장한다. 그런데 하필 왜 당나귀일까?
  
당나귀는 인간과 신(神)사이의 연락을 중계하던 소통의 메신저로서 신성한 동물로 취급받았다. 성경의 삼손이 당나귀 턱뼈를 들고 싸움터를 나선 것도, 신성한 색으로 여겨지던 ‘흰색’을 사용한 당나귀가 등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되는 대목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신성함의 상징인 당나귀가 섹스 심벌로도 통한다는 것이다. ‘당나귀는 귀 떼고 X 떼면 남는 게 없다’는 우리나라 속담이 있다. 당나귀는 체구에 비하여 귀와 성기가 지나치게 크듯이, 어떤 물체에서 한 부분이 지나치게 커서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뜻으로 쓰인다. 

비단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고대 이집트에서도 당나귀는 강력한 정력의 화신으로 차용되었고 후대로 내려오면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섹스심벌로 승화되었다. 이처럼 당나귀가 강력한 섹스 심벌이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 까닭은 위 속담에서 보듯 당나귀는 체구에 비해 이례적으로 큰 크기의 성기를 보유한 동물이기 때문이다. 성

옛사람들의 성(性)에 대한 터부는 체구와 달리 페니스가 큰 당나귀를 멍청함의 상징이자 조롱거리로 전락시킨다. 그 비교의 대상은 말(馬)이다. 말은 체구가 크고 다리가 길쭉한 것이 전체적인 비율이 탁월한데 이에 비해 당나귀는 상대적으로 땅딸막하고 추레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당나귀는 마구간에 가도 당나귀다’라는 우리 속담도 당나귀를 조롱하는 말이다. 상대방을 욕하고 비하할 때 쓰는 영어의 당나귀(ass)도 같은 맥락인 걸 보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당나귀는 멍청함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귀와 페니스가 큰 게 뭐 그리 문제란 말인가? 그로인해 조롱당하는 당나귀로서는 이래저래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편 서양에서는 당나귀의 커다란 귀가 당나귀의 거대한 페니스를 상징하는 것으로 대체되기도 한다. 오늘날 스페인식의 고깔모자나 서구식 생일파티에서 쓰이는 우스꽝스러운 삼각뿔 모양의 모자는 당나귀 귀, 궁극적으로는 당나귀 페니스의 이미지를 차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체험교육센터 대표이사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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