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한국 경마의 살아있는 전설, 박태종 기수
[칼럼] 한국 경마의 살아있는 전설, 박태종 기수
  • 이정민
  • 승인 2018.10.22 15: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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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정민 제공)
부러지고 깨어져도 다시 일어서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버린 작은 거인 박태종 기수(사진:이정민 제공)

[컨슈머와이드-이정민]  진천 촌놈 박태종. 그는 왜소한 체격(150㎝, 47㎏)에 숫기 없고, 마치 나사 빠진 것처럼 어눌하지만 보잘 것 없는 청소년 시절, 가난에 찌든 촌놈의 열등감을 말 잔등 위에 땀으로 쏟아 부었다. 한국마사회가 과천으로 이전하기 전인 1987년 한국마사회 뚝섬경마장의 경마기수로 데뷔한 것이다. 

경마는 그 어떤 스포츠보다 치열한 경주를 펼친다. 경주마다 순위상금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초창기의 그는 눈에 띄는 기수가 아니었다. 치열한 경마세계에서 밤톨처럼 여물지도, 다람쥐처럼 날쌔지도, 여우처럼 약삭빠르지도 못했다. 사람들이 찬란한 광휘 뒤에 숨어있는 그의 피와 땀을 발견한 것은 긴긴 인고(忍苦)의 시간이 흐른 뒤였다. 조금씩 고삐를 쥐며 나아가던 그는 기승술(騎乘術)에 눈을 뜨게 되면서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지난 2000년 10월 종전의 국내 최다승기록(722승)을 갈아치운 박 기수는 이후 해마다 평균 50승 이상씩 거두며 한국경마의 역사를 써나간 것이다. 하지만 인생이 그렇듯 그에게도 위기의 순간이 생기고 슬럼프가 찾아왔다. 1994년 오른쪽 무릎인대가 끊어지는 사고가 첫 번째 큰 위기였다. 기수는 시속 65㎞로 달리는 말 잔등에 납작 엎드려 무게중심을 낮추고 경주마와 리듬을 타면서 바람의 저항을 최소화해야한다. 이때 모든 중력의 중심이 무릎에 모이게 되고 결국 기승술은 인대의 힘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승술의 미묘한 힘까지 제어하는 인대손상은 기수에게 치명적이다. 부상에서 벗어난다 해도 예전의 기량을 되찾기 어렵다.

강력한 동기는 힘든 고난을 이겨낸다. 진천 촌놈의 일류기수에 대한 열망은 부상을 툭툭 털고 일어나 다시 시작하게 된다. 몽키자세(원숭이처럼 낮게 엎드린 자세)를 가다듬으며 다시 한 번 말을 몰아가는 기법을 터득하게 된다. 그는 말을 제어하는 것이 아니라 달리는 말의 리듬에 맡겨 그저 붙어있을 뿐이다. 그의 기승술은 인위적이기보다는 파도의 리듬처럼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후에도 그는 십여 차례의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하지만 파도타기 리듬을 잃지 않는다. 
국내 최초의 1000승을 돌파하며 최고의 기수로 떠올랐고 기록제조기, 철인이라는 명성을 얻기 시작한다. 1992년 무궁화배 대상경주(큰 상금이 걸린 하이라이트 경주대회)를 시작으로 10여 차례의 굵직한 대상경마대회에서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여기서 그의 이야기가 끝난 것은 아니다. 놀라운 사실은 52세의 나이로 전인미답의 2000승을 돌파하고, 53세인 2018년 10월 지금도 여전히 빼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는 점이다. 그의 발자취는 그대로 한국경마의 역사가 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여전히 그의 기승술에 신뢰를 보낸다. 그리고 그 신뢰는 남모르게 흘려온 땀방울에 보내는 기립박수일 것이다.

스포츠가 아름다운 것은 단지 탄탄한 근육이 빚어내는 절정의 순간 때문만은 아니다. 고환암을 이겨내고 투르드프랑스 7연패를 달성한 랜스 암스트롱, 퇴물의 조롱을 딛고 젊은 강자를 링에 뉘어 버린 전설의 복서 오스카 델라 호야, 부러지고 깨어져도 다시 일어서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버린 작은 거인 박태종 기수. 스포츠는 불굴의 도전과 감동의 드라마다.

 

㈜한국체험교육센터 대표이사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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