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쿠팡 청구한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기각...중노위 심판 위법 아니다 판단

재판부가 지난달 31일 쿠팡이 청구한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를 기각했다.(사진: 왼쪽 쿠팡 김범석 대표. 오른쪽 이국희씨 / 컨슈머와이드 DB)
재판부가 지난달 31일 쿠팡이 청구한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를 기각했다.(사진: 왼쪽 쿠팡 김범석 대표. 오른쪽 이국희씨 / 컨슈머와이드 DB)

[컨슈머와이드-전휴성 기자] 산재 휴가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계약종료에 대한 기간제근로자(계약직 근로자)의 갱신기대권을 인정하는 첫 법원 판결이 나왔다.

앞서 지난해 919일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는 전직 쿠팡맨 이국희씨가 청구한 쿠팡부당해고 구직신청(갱신기대권)을 인용(認容) 한바 있다.(관련기사 참조) 그러나 쿠팡은 이에 불복 중노위를 상대로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판결에 쿠팡의 향후 대응에 관심이 쏠린다. 쿠팡이 승복을 할 경우 이국희씨는 정규직으로 복직된다.

서울행정법원 제 14(김정중 판사)는 지난달 31일 쿠팡이 청구한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를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는 그 기간이 만료됨으로써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가 당연히 종료되는 것이 원칙이나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해 볼 때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될 때에는 사용자가 이에 위반하여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다"며 "이 경우 기간만료 후의 근로관계는 종전의 근로계약이 갱신된 것과 동일하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 쿠팡은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에는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 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이 없다"며 "정규직 전환 및 계약 연장 프로세스 및 기준 안내는 인사 부문에서 진행되던 업무 프로세스를 안내한 것일 뿐 취업규칙 등 사규에 해당하지 않아 이국희씨의 근로계약의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설사 이국희씨의 갱신기대권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통지 당시 택배 배송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신체상태가 아니었던 점, 원고 회사가 이 사건 3차 근로계약의 기간 단 하루도 출근하지 않은 참가인에 대하여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하였던 점, 이 사건 통지 당시 원고 회사의 택배 배송기사 수요가 감소하였던 점 등을 근로계약 갱신거절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기 때문에 재심판정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같은 쿠팡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사용자는 근로자가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의 요양을 위하여 휴업한 기간과 그 후 30일 동안 동안은 해고하지 못하고 근로자가 보험급여를 신청한 것을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그 밖에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처우를 하여서는 안 된다"며 "업무상 재해로 요양 중이어서 근로제공이 어렵다는 사정은 갱신거절의 사유로 삼을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번 재판부 판결은 노동계에 적잖은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산재 휴가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계약종료에 대한 기간제 근로자(계약직 근로자)의 갱신기대권을 인정하는 첫 법원 판결이기 때문이다.

본지의 노무 자문을 하고 있는 노무법인 신영의 이정학 노무사는 당해 판결은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이 만료됐다고 할지라도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의 갱신 내지 정규직 전환에 대한 기대권이 인정될 수 있음을 판시했다이 판례는 기간제근로자보호등에 관한법률이 시행되고 있는 현재에도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자의 계약갱신 내지 정규직 전환에 대한 처우에 갱신기대권이 인정되고 있으며 이를 통한 보호가 가능함을 보여주는 의의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 이국희씨는 본지와의 전화로 재판부가 갱신기대권을 인정해 줘서 기쁘다쿠팡이 이번 판결에 승복해 정규직으로 복직시켜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쿠팡측은 이번 재판부의 판결에 대해 입장을 표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쿠팡이 이번 판결에 대한 승복 여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 전직 쿠팡맨 이국희씨는 계약직으로 재직 당시 쿠팡차(탑차)에 신발을 신고 올라가면 안된다는 업무지침에 따라 비오는날 신발을 벗은 채 업무를 수행하다 미끄러져 탑차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해 산업재해 휴가를 사용했다. 그러나 이후 산업재해 휴가를 사용해 정해진 배송일수를 못 채웠다는 이유로 계약이 종료돼 쿠팡을 떠나야만 했다. 이에 이국희씨는 지난해 4월 부산지노위에 쿠팡을 상대로 부당해고 구직신청(갱신기대권)을 했다. 같은해 624일 부산지노위는 이국희씨의 갱신기대권이 없다고 판단, 구직신청을 기각했다. 이국희씨는 즉각 중노위에 재심을 청구했고 같은해 9월 중노위는 이국희씨 손을 들어줬다.(관련기사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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