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전자재조합식품, 그것이 알고 싶다.

[컨슈머와이드-편집국] 생물학과 유전공학이 발전하여 이제 추위라든지 각종 병충해에 엄청 강한 유전자를 이용해서 만든 농수축산물이 많이 개발되고 있다. 이러한 것으로부터 만든 식품을 유전자재조합식품(Genetically Modified Organism)이라 하고, 영어약자인 GMO식품으로 불리고 있다. 대명사격인 용어로 유전자변형농산물이나 유전자조작식품으로 부르기도 한다. 

지금까지 개발된 GMO는 콩과 옥수수, 감자, 면화, 카놀라와 같은 주요 작물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현재 세계적으로 재배되고 있으며 재배면적은 약1억2천5백만ha로 세계경지면적의 약 10%에 해당한다. 대표작물인 콩의 경우는 전 세계 재배면적의 70% 정도가 GMO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식품의 원료로써 상당량 수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개발되어 팔리고 있는 GMO 작물은 아직 없다고 한다). 

필자는 미국에 거주했던 수년간 GMO 식품을 엄청 많이 사먹었다. 식료품점에 가면 슈퍼사이즈 감자에서부터 값싼 반질반질한 옥수수와 과일들이 많아서, 아는 분한테 물어보니 GMO농산물이라 했다. (아직까지는 그 어떤 부작용이 없는 것을 봐서는 안전한 듯하다!!!). 이와 같이 미국은 FDA(식품의약품청)나 농무부, 환경보호청과 같은 정부기관에서 GMO농산물에 대한 별도의 규제가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마디로 안전하다는 주장이다. 또한 미국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GMO식품의 개발과 판매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이다. 

하지만, 유럽 국가들은 GMO식품의 안전성에 대한 최종 판단을 유보하고 있고 또 대부분 안전성 평가나 관리를 엄격히 하고 있는 편이다. 그리고 GMO를 함유한 식품의 표시를 의무화하고 있다. 

우리는 유럽과 같이 GMO식품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은 것이 사실이다. 환경단체나 시민단체에서 GMO식품의 범람을 우려하고 있다.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유전자조작 생명체를 재배할 경우에 생태계가 교란되고 또 사람들의 건강도 위협받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정부 차원에서는 2002년 7월부터 GMO식품 표시제도를 실시하고 있고, 또 2004년 초부터는 GMO식품의 안전성평가 심사를 의무화해 오고 있다. 따라서 GMO식품을 만들거나 수입하는 업자는 사전에 해당 식품의 안전성에 이상은 없는지 평가하고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벌써 15년 전의 에피소드가 되었지만, GMO식품에 관련된 공방이 언론을 뜨겁게 달군 일이 있었다. GMO의 유해성이 한창 논란이 되고 있을 때, 필자가 일했던 한국소비자원에서 소비자의 알권리와 선택할 권리를 위해 시중에 유통되는 두부 제품의 GMO콩 사용여부를 실험했고, 18개 두부제품에서 GMO 성분이 나왔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모 식품회사에서는 발표와는 달리 GMO콩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100% 국산 콩으로만 두부를 만들었다고 반박하고, 명예훼손 등의 이유로 한국소비자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었다. 

이 사건은 법정다툼의 도중에, 해당 회사에서 소를 취하하고 한국소비자원에서도 이를 수용하여 일단락되긴 했다. 하지만, 한국소비자원에서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회사 제품의 GMO관련) 표시광고법 위반사항을 신고했고,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이를 조사한 후에 해당회사를 ‘경고조치’ 하게 됐다. 이 소송은, GMO식품의 안전성과는 별개의 ‘허위표시’에 초점이 맞춰진 사건이었지만, GMO식품은 건강과 환경, 그리고 윤리적이고 종교적인 문제 때문에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민간단체의 의향이 많이 반영되어 유럽과 같은 다소 엄격한 GMO 관련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소비자 안전을 우선하는 관점에서 바람직하다고 본다. 

식량자원이 국력을 나타내는 지표가 되고 있는 국제 여건상 우리나라도 머지않은 장래에 GMO 작물이 폭넓게 재배될 것이다. 이에 대비해 국가에서는 소비자에게 GMO 작물의 안전성에 대한 보다 많은 정보를 제공하여 신뢰를 쌓도록 해야 할 것이다. 덧붙여, GMO, 유전자재조합, 유전자변형, 유전자조작 등 용어의 혼재에 따른 소비자 선택상의 혼란 문제도 정부에서 해소시켜줘야 한다. 

GMO의 안전성 문제는 세계적인 논란거리이지만, 아직까지 인체에 어떤 해를 야기한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된 예가 없다. 그러니까 GMO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과 지나친 불신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GMO의 잠재적 위험성을 생각하면서 보다 정확한 정보에 근거하여 신중하게 선택할 필요는 있겠다. 다시 말해 현재 시점에서 GMO식품을 먹거리로 삼을 것인가 여부는 전적으로 소비자의 선택에 달려있다.

글. 이종인 겸임교수 (건국대학교) / 제공기관 : 한국소비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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