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와이드-문성민] 지난 2017년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둔, 3차 항암주사를 맞은 지 5일째 되던 날이었다. 갑자기 아차산을 밟고 싶어졌다. 우리 집에서 정각사 탐방로까지 걸어서 10분밖에 걸리지 않아 아차산에 가는 일은 특별하지 않았다. 가깝고 어렵지 않은 아차산은 어릴 적 우리 가족의 놀이터였다. 간식을 챙겨가 쉬면서 먹던 그 맛은 꿀맛이었다. 그냥 먹어도 맛있는데 땀을 쭉 뺀 후 먹으면 입안도 기분도 모두 달달해졌다. 어릴 땐 부모님 성화에 못이겨 억지로 끌려 다니던 아차산 등반은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건강한 놀이 중 하나
[컨슈머와이드- 윤경호 변호사] 공사나 용역을 해주고도 돈을 못 받은 사례들이 종종 있습니다. 금액이 크지 않아 소송을 하기에 어려운 사건들인 경우들도 많습니다.이번에 살펴볼 사례 역시 이와 비슷한 사건입니다. 총 철거용역비 약 7천만 원에 계약을 체결했는데 특별한 이유도 없이 상대방 측에서 6천만 원만 주고 나머지 금액은 주지를 않았습니다. 특히 6천만원도 그냥 준 것이 아니라 법원에 공탁을 하는 방법으로 지급을 하였습니다.법원에 공탁을 한 경우 법원에 가서 수령을 하여야 하는데 일반인들은 이 부분부터 질릴 수 있습니다. 준비해야
[컨슈머와이드-문성민] 산행을 시작한 지 2시간 30분 만에 삼각봉 대피소에 도착했다. 보통 3시간 30분쯤 걸린다는 길을 한 시간이나 '일찍', 심지어 '힘들지 않게' 도착했다. 미리 겁먹을 곳이 아니었나 보다. 내 체력과 등력(登力,등산 능력)이 좋아졌나 보다.자신감이 한껏 올라 내 머릿속에서는 온갖 추측과 감정이 오고 갔다. 먼저 대피소에 도착해 쉬고 있던 지인도 걱정했던 것보다 수월하게 올라왔다며 내 생각에 공감해 줬다. 우리는 챙겨온 맛밤과 귤을 먹으며 이렇게 빠른 시간 안에 올라온 것이 놀라워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에
[컨슈머와이드-문성민] 지난 11월 '한라산'을 올해의 마무리 산행지로 정하고 등반계획을 짰다. 나는 보통 3시간 내외로 끝나는 서울의 쉬운 산을 등반하는 스타일이다. 이런 내가 한라산을 가겠다는 것은 큰 맘 먹고 저지르는 일이란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높다는 산을 오르면 날마다 깎이는 자존감의 내년치 할당량을 채울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으로 나는 한라산으로 가기로 했다. .................................................................이런 마음으로 계획한 한라산 등반은 날씨
[컨슈머와이드- 윤경호 변호사] 운전 중 사고가 나면 당황스럽고 정신이 없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사고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대처를 할 경우, 나중에 더 큰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그래서 오늘은 운전 중 사고가 났을 때, '이렇게 대처해야 한다'는 실전 팁을 알려드리겠습니다.1. "사고 현장을 안전하게 정리하세요"사고가 나면 가장 먼저 사고 현장을 안전하게 정리해야 합니다. 사고로 인해 차량이 전복되거나 부서진 경우에는 주변을 정리하여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사고로 인해 다른 차량이나 보행자가
[컨슈머와이드-박은주] 모자를 깊이 눌러쓰고 패딩을 입은 여자가 아파트단지를 내려온다. 검은색 슬리퍼에 맨발이었다. 한 손에는 거대한 박스가 담아져 있는 종이 쇼핑백이 들려있었다."당근 맞죠? 5천 원이라 반품 환불 어려워요. 잘 쓰세요."가까이서 보니 청소년이었다. 물건을 팔기 전 부모님 동의는 받은 걸까 살짝 고민했지만, 5천 원짜리 거래니 큰 문제는 없으리라. 마을버스비 왕복 2천400원과 팝콘 메이커 중고 5천 원, 거래의 총비용은 도합 7천400원이다. 팝콘메이커는 새 거를 사도 2만 원인데, 실속 있는 중고거래였을까.팝콘
[컨슈머와이드-박은주] "맛있긴 한데 샐러드 느낌이 전혀 아닌데? 고추장 없는 비빔밥이네."하와이에 간 여행유튜버가 포케보울을 비벼 한입 먹더니 말했다. 유튜버가 포케를 비빔밥이라고 해석한 순간, 나만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니구나 안심했다. 5년 전부터 한국에 상륙해서 전국으로 퍼진 포케집을 볼 때마다, 나는 입간판을 자세히 들여다보곤 했다. 아무리 봐도 밥과 채소의 조합이 영락없는 비빔밥인데 전국으로 퍼진 이유가 무얼까 궁금했기 때문이다.분식집에서 파는 일반비빔밥은 6천 원, 일반 식당에서 파는 돌솥비빔밥 가격은 1만 원인데, 포케
[컨슈머와이드-박은주] 풍채가 우람한 북한산을 지나 강을 따라 나있는 도로를 따라가니, 짜장면, 송어회, 기사식당부터 모텔까지 전형적인 유원지 거리가 나타났다. 계곡에 발담그러 온 관광객들을 품을 것 같은 이곳에 놀이동산이 있다고? 좁디좁은 왕복 2차로의 지도를 살펴보고 있자니 벌써 다 왔단다. 고개를 들어 올려보니 공장인지 창고인지 모를 거대한 회색 건물이 떡하니 서있다. '두리랜드 영업 중'.20대 초 졸업한 놀이동산을 다시 찾게 된 건, 아이의 부모가 된 덕분이다. 청소년 때는 무서운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2시간이나 줄을 서면
[컨슈머와이드-박은주 "중앙아시아는 채식주의자에게 어려운 곳이다. (...) 고기를 피하고 싶다면 시장에 가서 채소를 구하라. (...) 식당에 채식음식을 주문해도, 거기에는 고기가 들어가 있을 수 있다."여행안내서 론리플래닛 중앙아시아 편을 쓴 사람은 채식주의자였을까. 한국에서는 절판된 '론리플래닛 중앙아시아' 영문 PDF를 꾸역꾸역 읽다 보니 책 말미에 비건을 위한 무시무시한 경고가 적혀 있다. 비단 론리플래닛뿐만 아니다. 인터넷에 넘치는 비건여행자들의 중앙아시아의 영문 여행 후기를 보니, 호러급 여행기가 넘친다."트레킹여행 할
[컨슈머와이드-박은주] "띵동"문을 열자 거대한 꽃바구니가 덩그러니 있었다. 두 손으로 낑낑대며 꽃바구니를 들고 들어오는데, 엄마가 아이고 저 큰 걸 어쩌려고 그래 한마디 하시고는 다시 자리를 피하신다. 침대가 거의 모든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내 좁은 방에 저 거대한 꽃바구니를 어쩌나. 방을 여러 차례 둘러본 나는 일단 스킨과 로션을 모두 서랍에 때려놓고는 화장대에 꽃바구니를 올려놓았다. 비닐 포장 속 하얀 장미들이 반짝반짝 찬란했다.알고 지내던 선배에서 연애상대로 바뀐 남자친구는 참 성실했다. 블로그를 찾아보는지, 드라마를 보는지
[컨슈머와이드-박은주] '8만 원에 사과가 12개 있으니까... 사과 한 알에 6천6백6십 원이네.'청과사장님과의 전화를 마친 내가 놀라서 남편에게 문자를 보냈다. 어쩌다 보니 매년 거제도 시댁의 명절 과일 담당은 우리 서울막내네가 되었다. 누가 과일 사 오라고 요구한 적도 눈치 준 적도 없다. 다 내가 자발적으로 시작한 일이었다.결혼해서 거제도 시댁에 가서 처음 놀란 것은 거제도 식구들이 후식을 참 많이 먹는다는 것이었다. 명절에 모인 식구들은 모두 삼시 세끼를 먹었는데, 매 끼니 후 과일과 믹스커피를 마셨다. 식구들이 열 명이
[컨슈머와이드-박은주] "이미 다 끝났다. 어쩌지..."퇴근한 남편 앞에 핸드폰 화면을 들이밀었다. 새벽 6시부터 밤 11시까지 모두 매진이었다."오늘부터 시작이었냐. 지난주부터 생각은 했는데 오늘인 줄은 몰랐네."남편은 눈을 꿈벅이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남편과 나는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지금까지 뭐 하나 열의있게 줄을 서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서울숲 맛집거리 유명한 베이커리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도 '뭐 팔길래 저리 줄을 서지?' 하며 무심하게 돌아서고, 어린이집 추첨 대기인원이 100명을 넘어서면 '그냥 거기 보내지
[컨슈머와이드-박은주] 해리포터의 킹스크로스역 9와 3/4 승강장처럼 지도앱에 존재하지 않는, 있으나 있지 않은 그런 곳이었다. 다행히 그곳에 다녀온 인생선배님들이 블로그에 찾아가는 법을 적어놓았다. 핸드폰에 블로그화면을 띄운 채, 머리만 살짝 빗고 집에서 입던 복장 그대로 집을 나섰다.마을버스를 타고 한산한 거리에 내리니, 버스승객들이 모두 한 방향으로 걸었다. 서로 쳐다보지 않았지만, 그들도 나와 행선지가 같음이 분명했다. 건물로 들어서니 무시무시할 거라는 상상과 달리 깔끔한 접수대가 은행카운터를 연상시켰다. 신분증을 낸 후 대
[컨슈머와이드-박은주] '우리 인연은... 여기까지요. 부디, 잘 가시오.'동영상 속에는 빨간 꽃모자를 쓴 배우 김태리가 사랑하는 이의 따뜻한 손을 애써 놓으며 떠나가고 있었다. 남겨진 이병헌의 눈에 눈물이 고이자, 화면 밖 남편의 눈도 덩달아 충혈되었다. "세상에, 또 봐? 같은 드라마를... 지겹지 않아요?"같은 드라마를 보고 또 보는 남편을 놀려도, 이미극에 몰입한 남편은 미동도 없다. 20대 대학생은 40대 아저씨가 되었지만 드라마 보는 습관은 변하지 않았다. 20대 때는 한번 작품에 빠지면 운동할 때도 공부할 때도 자취방에
[컨슈머와이드-박은주] "이거 봤어? 정말 대박이야."남편이 퇴근길에 재미있게 보았다며 유튜브를 들이민다. 동영상 속 한국 청년은 열악하기로 악명 높은 인도 기차 꼴등칸에서 배낭을 안고서, 복도까지 가득 찬 승객들 사이에서 사투 중이었다. 이미 승객들로 발 디딜 틈도 없는 기차에 역마다 사람들이 마구마구 들이찬다. 올라타는 사람이나 기차에서 버티고 있는 사람이나 숨 쉴 공간조차 없어 보인다. 여행보다는 생존에 가까운 동영상을 보며 남편이 말했다."와. 난 절대 못 해. 어떻게 저런 환경을 견디지?" 남편은 집돌이 성향의 여행 기피자
[컨슈머와이드-박은주] "별로 배가 안 고파서 저녁은 생략했다."집에 돌아와 냉장고 속 잔반량을 체크하자, 남편이 말했다. 저 큰 덩치가 분명 저녁을 안 먹고 이 시간까지 배부를 리 없는데... 이상하다 생각하며 주방을 확인하는데 미처 버리지 않은 라면봉지 꼬다리가 있다. 에크... 해놓은 반찬은 꺼내지도 않고 또 라면 먹었구먼.라면 외에도 간이 센 요리를 선호하는 남편은 신혼 때 가끔 김치찌개를 끓여줬다. 군대 전경시절 부식비로 식사당번을 하며 여러 번 단련된 실력이었다. 식초만 조금 더 부었을 뿐인데 감칠맛이 났다. 둘이 좁디좁
[컨슈머와이드-박은주] "이번 여름에 2박 3일 짧게 여행 가자. 어디 가고 싶은데 없어?""음... 글쎄?"짧은 여름휴가를 계획하며 들뜬 남편 앞에서 나는 눈을 껌뻑거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가고 싶은 곳이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다. 여행이라... 포유류의 범위 안에선 종을 막론하고 평생 동안 뛸 수 있는 심박수가 정해져 있다고 하던데, 내 여행심박수는 모두 고갈되어 버린 것일까.우리는 차가 없는 뚜벅이 가족이다. 그러므로 반드시 여행은 고속버스터미널이나 기차역에서 시작해야 한다. 대중교통으로 접근이 가능한 지역을 몇 개 추리고 나면